일상/끄적끄적 썸네일형 리스트형 누런마음 #혜성 #가재미 #보행사 #흰테이프 #나프탈렌 : 단어로 시를 써줘 #20230228 술병을 입에서 뗀 아버지가 낡고 닳은 소리로 짖는다. "이 씨부랄 년, 어딨어. 이 개 같은 년, 좇 같은 년" 언제 닦은 지 모를 이에선 화장실 바닥에 쩍쩍 늘러 붙은 오줌쩐내 보다도 역한 악취를 개워낸다. 밥에 좀약을 넣어도 모르겠지. 듣는 이만 있는 이 괴성은 온 벽을 사납게 때리고 내 귓속에 피멍을 피어오르게 한다. 수 천개의 바늘로 찔러도 이보다 따갑진 않을 것이다. 흰 테이프로 검게 굳어진 혀를 칭칭 감아 구더기 같은 아구창 끝까지 밀어넣어 볼까? 달이 지면, 해가 뜨고, 겨울이 가면, 봄도 오는데. 해가 채 차오르기도 전에 시작된 고문은 해(年)가 바뀌어도 그칠 줄을 모른다. 이 쉼 없는 오늘에 그 .. 더보기 개미 연필을 커터칼로 돌려가며 깎다가 삐끗했다. 왼쪽 검지 끝이 8mm 가량 얕게 베었다. 피가 스믈스믈 새어 나오려다 이내 멈췄지만 그래도 아린 듯 했다. 시팔. 짜증에 소독약을 묻혀 연신 닦아 냈다. 데일밴드를 두어번 돌려 감으니 손가락 끝이 저릿하다. 바닥에 개미가 지나간다. 개미를 잡았다. 작았다. 약하다. 왼손에 난 생체기보다도 작다. 부러진 연필심보다 단단하지 못하다. 개미가 여섯다리를 규칙없이 버둥거렸다. 그 살고자 하는 욕구가, 의지가 일순간 나보다 나아보였다. 지체없이 잘록하게 들어간 한 마디를 오른손 검지 손톱 끝으로 눌렀다. '툭' 소리하나 내지 못하고 그대로 몸이 갈라졌다. 신체의 삼분의 일을 잃었는데도 다리를 아래 우로 휘저으며 빠르게 몸부림 쳤다. 남은 마디, 머리와 몸통 사이를 감흥.. 더보기 왼손 왼손에 한포진이 생겼다. 자주 쓰지도 않는 손인데 왜 왼손이 아플까. 그러고 보면 항상 왼손이 먼저였다. 손톱을 깎을 때도 왼손 엄지부터, 손을 씻을 때도 왼손에 비누를 먼저 묻혔다. 샴푸도 왼손에 짰다. 여태껏 오른손잡이라 오른손만 쓰는 줄 알고 살았다. 왼손에 무거운 폰을 얹혀 놓고, 오른손으로 눌렀더라. 밥을 볶을 때도, 가방을 멜 때도, 고스톱을 칠 때도, 항상 왼손이었다. 왼손이 먼저였다. 무겁고 힘든건 왼손에게 떠넘겼다. 묵묵해서 몰랐을뿐. 한포진이 나서야 알았다. 왼손도 쉬고 싶다는 것을. 아빠도 그랬다. 아빠도 나에게 왼손이었다. 엄마, 아빠에게 글을 보내드렸다. 나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해지기를 바랬는데 엄마, 아빠는 내 손에 생긴 한포진만 생각하시더라. 손이 많이 아프냐고.. 얼른 병원.. 더보기 [내돈내산] 빨간맛 돌돌이 테이프 크리너 사선커팅 리벤스 고양이 털 먼지 제거 청소용품 워오브헤어 War Of Hair 고양이, 강아지 키우시는 분들은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얘네는 털이 있는게 아니라 털을 뿜어 낸다는 것을, 사람처럼 털이 가닥가닥 떨어지는게 아니라 와르르- 쏟아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매일 털을 빗겨줘도 어디서 그렇게 털이 빠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털, 내 옷에도 털, 이불에도 털, 선풍기 날개에도 털, 젓가락에도 털, 털이 무한 증식하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냥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제 하루일과가 털로 시작해서 털로 끝나고 있습니다. (ㅠㅠ) 다들 털과의 전쟁에서 우위를 다지기 위해 집에 무기를 하나씩 구비하고 계실텐데요. 그 중 테이프크리너는 이 털과의 전쟁에서 제가 손에 쥘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지만 효과가 좋은 무기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이 테이프..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