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에 한포진이 생겼다.
자주 쓰지도 않는 손인데 왜 왼손이 아플까.
그러고 보면 항상 왼손이 먼저였다.
손톱을 깎을 때도 왼손 엄지부터,
손을 씻을 때도 왼손에 비누를 먼저 묻혔다.
샴푸도 왼손에 짰다.
여태껏 오른손잡이라 오른손만 쓰는 줄 알고 살았다.
왼손에 무거운 폰을 얹혀 놓고, 오른손으로 눌렀더라.
밥을 볶을 때도,
가방을 멜 때도,
고스톱을 칠 때도,
항상 왼손이었다. 왼손이 먼저였다.
무겁고 힘든건 왼손에게 떠넘겼다.
묵묵해서 몰랐을뿐.
한포진이 나서야 알았다.
왼손도 쉬고 싶다는 것을.
아빠도 그랬다.
아빠도 나에게 왼손이었다.
엄마, 아빠에게 글을 보내드렸다.
나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해지기를 바랬는데
엄마, 아빠는 내 손에 생긴 한포진만 생각하시더라.
손이 많이 아프냐고.. 얼른 병원가라고.. 얼른 병원 가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더 큰 사랑을 받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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