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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끄적끄적

누런마음

#혜성 #가재미 #보행사 #흰테이프 #나프탈렌 : 단어로 시를 써줘

#20230228


술병을 입에서 뗀 아버지가 낡고 닳은 소리로 짖는다.

"이 씨부랄 년, 어딨어. 이 개 같은 년, 좇 같은 년"

언제 닦은 지 모를 이에선 화장실 바닥에 쩍쩍 늘러 붙은 오줌쩐내 보다도 역한 악취를 개워낸다. 밥에 좀약을 넣어도 모르겠지.

듣는 이만 있는 이 괴성은 온 벽을 사납게 때리고 내 귓속에 피멍을 피어오르게 한다. 수 천개의 바늘로 찔러도 이보다 따갑진 않을 것이다. 흰 테이프로 검게 굳어진 혀를 칭칭 감아 구더기 같은 아구창 끝까지 밀어넣어 볼까?

달이 지면, 해가 뜨고, 겨울이 가면, 봄도 오는데. 해가 채 차오르기도 전에 시작된 고문은 해()가 바뀌어도 그칠 줄을 모른다. 이 쉼 없는 오늘에 그 4월 3일에 혜성같던 엄마도 아스팔트마냥 죽죽 갈라졌다.

"탁."

이제는 냉장고 문 여닫는 소리만 들려도 눈이 가재미보다 더 깊게 패여간다. 미간사이로 눈알이 서로 엎치락 뒤치락, 바둥버둥거리며 밀어낸다. 물어 뜯을 손톱은 다 어디가고 비릿하게 남은 살거죽만 잡아 뜯는다. 죄 없는 이만 찢긴다.

좀 처럼 진정되지 않은 불안감은 알콜로 승화되고, 증발하지 못한 환희는 거뭇한 개가 된다. 그 달달했던 4월 3일의 단내 마저 이빨 사이사이 쩍쩍 늘러 붙어, 쩐내가 누렇게 폈다. 시-익 채 올리지도 못할 뭉툭한 입꼬리 밑으로 탁한 숨만 연신 들락인다.

그제야 알았다. 길 잃은 검둥개는 발에 채여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물 줄을 모르니, 짖게 된다. 올 줄을 모르니, 짖게 된다. 그러고 보니 짖는 꼴이 꼭 제아비를 닮았다. 끝없는 분노가 제 아구창에 그대로 내리꽂힌다. 작은 천쪼가리에 희망을 매달아보지만 질긴 숨통의 버둥거림은 희망마져 달음박질치게 했다.

"어이 거기 보행사, 누구라도 좋으니 나 좀 데려가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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